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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4
K-1 / tamron 28-75
내가 앓고 있던 우울증이
우울함 때문이 아니라
공황장애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이 공황장애의 시작은
불면증이었고,
잠못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공포가 되어 나를 잠식해버렸다.
잠이 안오면 그냥 안자버리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을 버텼다.
이제 한계가 된 것인지...
꽉찬 불혹이 되어
갱년기 장애가 온 것인지
그냥 잠이 올 때 까지 안자고 버티는 것이
다음날을 더욱 힘들게 하고 말았다.
잠이 안오면 그냥 이 밤을 기꺼이 즐기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고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가 없는
지금의 이 밤 말고...
무엇을 하든 가는 시간이 아까운
그런 밤이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이 밤이 얼른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혼자인 밤이 싫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이 밤이 싫다.
혼자인 밝은 낮은 더 싫다...
끝이 없는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밤을
만끽하고 싶다.
술이
나를
그 밤으로
인도한다.
독배인줄 알면서도
당장의 공포를 회피하려고
유혹에 빠진다.
나약해 빠진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