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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옥탑방또라이





날 우울하게 만들었던 어둡고 끈적끈적한 장마철이 지나고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한없이 나태하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었던 열대야가 지나고

완연한 가을 하늘이 제 빛을 발하며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한 산들바람을 내게 보내서살짝 속삭이고 갔다.

나 역시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나태와 무기력함을 떨쳐내고

오랜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원없이 쳐다보았다.

이 순간

북해의 시원한 얼음바다속을 유영하며

수면위를 떠다니는 빙하를 바라보는

나는

한 마리돌고래다.

돌고래가 된 시간만큼은

지나간 이별의 아픔도 사랑에 배신당한 쓰라림도

차디찬 빙해를 헤치며 난류가 접하는 동해에 까지 고행을 해오는

내게는 중요치 않았다.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기나긴 우기가 끝나고

7년의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매미의 환호성이 잦아듦에

내가 차디찬 심장과 냉정한 머리로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는

냉한의 계절이 다가왔다.

내게 가을은 고독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오히려 청명한 하늘이 있어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낙엽비를 맞으며 한 손에 들린 책을 벗하여

늙어 반추할 추억거리를 하나 더 켜켜이 쌓아가는 계절이다.

사랑을 하고 있던 시절에

내게 계절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지낸 듯 하다.

파란 하늘이 저토록 높고 푸른 듯 내 사랑에 비할쏘냐.

한 여름 태양이 그토록 뜨겁던들 내 뜨거운 마음에 비할쏘냐.

봄날의 꽃들이 그리 화사한들 내 사랑하는 이에 비할쏘냐.

해 마다 반복되며 3개월 마다 내 발치에 와

내 방문을 똑똑 두드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역시 내 사랑이 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 사랑이 제일이라는 자만심이

그들의 시기심을 불러 일으켰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콧대를 높인들

저들은 항상 내가 올려다 보아야 할 곳에 있다.

이제 나를 더욱 낮추고

겸손한 사랑을 해야할 때가 왔다.

봄이 되면 꽃처럼 화사해 지려고

여름이면 태양처럼 뜨거운 마음이려고

가을이면 하늘처럼 맑아 지려고

겨울이면 눈처럼 깨끗해 지려고...

...

셀프샷은 어렵다...

...

오늘 하늘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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