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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천사를 만나다...


- 이튿날 -



자은도 들어가는 배안

온돌바닥이라 따뜻해서

새벽같이 나선 여정에 잠이 솔솔 왔다.

여명이 밝아온다는 소리에 슬쩍 눈을 떴을 때 보인 사람들...

난 여행에서 사람들 만나는 것이 좋다.

굳이 그 사람들과 이야기 하지 않아도

뷰파인더를 통해 들여다 본 그 사람들과 무언의 소통을 한다.

내가 여행하는 그곳을

그 곳의 풍경보다 더 잘 이야기 해주는 여행지를 닮은 사람들을 담는 것이 좋다.




엔진이 힘차게 프로펠러를 돌려

거친 물살을 일으킨다.

아침의 고요를 깨를 힘찬 요동침에

한참을 넋을 잃고

부서지고 뭉쳐지고 파도치고 찰랑이는

바다를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배에서 막 내렸을 때 오른 쪽으로 보인 김양식장

세로로 빽빽히 늘어선 말뚝들과

가로로 빼곡히 들어찬 김들

그 아래로 파도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굽이쳐 든다.




일출

신안의 날씨가 어제는 그렇게 텃새를 부리며 시험하더니

오늘에야 우리를 친구로 맞아주려나 보다.

난 바다가 고향이다.

20년을 동해의 일출을 보며 자라왔다.

서해에서 바라보는 산등성이를 넘어 수줍게 불거진 이마를

살짜기 내보이는 해가

이채로웠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내가

언제 또 이런 일출을 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다시

한 번

보고 픈

.

.

.





당신은

천사와

일출을

한께한

적이

있나요





서해의 일출은

일몰보다 더 황홀했다...





갯벌도

세월의 모진 풍파에

주름이 진다...




갈대 수풀 사이로 보이는 너른 갯벌

날씨는 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따사로워졌다.

외투를 벗어던지고

여름볕보다 더

온유한 겨울 햇살을 즐겼다.





이곳에서 해지는 풍경을 담아보면 좋겠다.

물 때만 잘맞춘다면

물이 이렇게 다 빠지지도 않고

완전이 다 들어차지도 않은

구름도 적당한 그런 날

천사와 함께 일출이 아닌

일몰을

바라보고 싶다.





이 파릇파릇 한 것은 무엇일까요?

대파

천지 빛깔이 대파인 이곳

스프링쿨러가

대파의 목을 축여줄 때

멋진 장면이 연출될 것 같은데

아쉽게도 내가 간 시간엔 물을 안주더라...

파도 꽃이 피던가???

핀다

파꽃 피는 날

물 줄 때 찾아가면 좋을 대파밭이다.




대파밭 저~ 귀퉁이 제방옆에 자리잡은 커다란 물웅덩이...

아마 저수지겠지?

그곳에 비친

맑디 맑은 하늘...

하늘을 흠모한 호수는

그 하늘이 닮고 싶어

더 파아란 모습으로 하늘을 품었다한다...




자은도와 안좌도를 이어주는 다리가 생겨나

왕래가 없어진 선착장...





아직 쓰이는지 안쓰는지 모를 낡은 거룻배와

새로 놓여져 섬사이를 이어준 다리

둘을 함께 담으니 기분이 묘했다...





어릴 적 내가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본 메주는

집새기에 묶여 방안 천장에 매달려

파리가 들러붙고

푸른 곰팡이가 피어

눅눅한 냄시를 풍기는

고약한 녀석이었다.

그 땐 그런 고약한 녀석이

추억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빨간 망태에 쌓여져 있고

노끈으로 묶여

옛스런 모습은 아니지만

반가웠다.

못생기고 고약한 네녀석이 그리웠다.




선착장 마을의 폐허

관공서였던 것 같다.

연출 사진을 위해 한 번 더 찾아가고 픈 장소다.




꼴깍꼴깍

물마시는 강아지

처음엔 사람그림자로

입벌리고 물마시는 모습을 만들려고 했는데

혼자선 되지도 않고

다른 분의 도움도 받아보았지만

당최 자세가 나오지 않아

그냥 홀로 손으로 강아지 그림자 만들었던

나름 애환이 담긴 사진...

이 강아지가

유일하게 이 동네에서

날 보고 짖지 않은

착한 강아지였다.




함초밭

식용으로 쓰이는 함초

붉게 물들었을 때 정말 이쁘다던데

한 발 늦었다.

색이 바래버린 함초

말라 죽어 뽑혀져 있는 함초를

다시 심었다.

그런 다고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진으로 생명을 주고 싶었다.

흑백으로 찍힌 함초는

죽은 것이든 산 것이든

검다...

거기에

실체 보다 더 진한

그림자를 돋보이게 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




선착장 앞바다



이제는

서울로...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

언제 다시 만날 지

기약없는 약속을 하고

천사와 작별을 했다.

천사는

마지막까지

내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사를

남겨주었다.

...

전남 신안군

2008. 11. 30

a50.4 /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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